수비형 미드필더의 포백보호(싸줄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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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는 포백보호를 다음과 같은 용법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인 더 홀in the hole(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중앙의 빈 공간.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가 자주 출몰하곤 하며, 수비형 미드필더가 보통 서 있어야 할 공간,) 지역의 커버링을 하는 것. 이를 [수비 시의 포백 보호]라고 하겠습니다. 


포백의 앞쪽에서 공간을 지켜준다는 것이지요.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맨마킹이나 압박 능력이 아주 훌륭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앞에 서 있는 중미들이 잘 해주면 되지요. 


중요한 건 공간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3백에서는 스토퍼들이 있기 때문에 뒤에 있는 스위퍼가 대인마크가 아주 좋아야 할 필요가 없되, 공간 이해는 착실히 해야 하듯, 수비형 미드필더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가 무지막지한 볼 탈취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는 제법 있었습니다만, 인 더 홀 지역의 커버링을 못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걸 못하면 정상급이라고 하지 않았고요. (과르디올라, 피를로, 둥가, 레돈도, 부스케츠, 데샹 같은 비리비리해보이는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수비적으로 비난 받지 않았던 것은 이 이유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라쓰에게 이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있었던 라리가-코파 델레이에서의 엘클 3경기에서, 라쓰는 중원 싸움에 적극적으로 기여했습니다만, 챠비-세스크-부스케츠 등을 상대하느라 메시에게 인 더 홀을 점령당해 두들겨 맞는 경우가 많았지요. 어제 경기 전반 막판에 메시가 미드필더와 수비 사이에서 자유롭게 드리블을 시전하던 장면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다음으로, 본문에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또 다른 포백보호가 있습니다. 포백의 앞에서 영리한 무브먼트와 포지셔닝으로 위치를 선점하여, 후방에서 전방으로 혹은 전방에서 후방으로 가는 볼을 이어 받아줌으로써, 포백이 직접 공을 받게 되어버려 압박에 노출된 채 빌드업을 해야할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있지요. 이를 저는 [빌드업 시의 포백 보호]라고 하겠습니다. 


빌드업 시에 포백이 압박 받지 않도록 해준다는 것이지요.


이건 패스 능력에 달린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패스마스터라면야 더 좋겠지만, 굳이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상관 없습니다. 실제로, 패스는 베컴이 니키 버트보다 잘하지만, 니키 버트가 이런 건 베컴보다 잘했지요. 


베컴을 람파드/지단으로, 니키 버트를 마켈렐레로 바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건 패스의 창조성이나 시야의 문제가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의 위치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를 얼마나 잘 아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원래부터, 수비형 미드필더는 상대 수비진을 때려부술 필요까진 없습니다. 과르디올라나 피를로처럼 탁월한 패스 능력으로 혼자서 경기를 쥐고 흔들며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선수들도 있습니다만, 다른 선수들이 이렇게 하지 못한다고 욕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저, 하프라인에 있는 2선의 우군들이 밑으로 굳이 내려오지 않더라도, 볼이 전방으로 흘러가게끔만 도와줄 수 있으면 충분하지요. 꼭 자신이 패스 실력을 과시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패스의 미끼 노릇을 한다거나, 상대가 압박을 못하고 있는 지역에 들어가서 볼을 받아 압박을 닭쫓던 개꼴로 만든다거나, 자신에게 압박이 쏠리게 해서 다른 구간의 압박을 헐겁게 만들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상대가 손쓸 수 없는, 하지만 동료가 볼을 주기는 좋은, 적절한 위치에서 볼을 받아, 안정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든 뒤, 자유로운 상태에서 측면으로 열어주기만 해도, 상대는 라인을 10M 이상 후퇴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수비형 미드필더가 이걸 못해줄 경우, 팀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하프라인 넘어서기도 버거워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에서 피보테로 나올 때의 마스체라노 같은 경우에는 정말 수비와 미들 사이에서의 포지셔닝과 무브먼트가 허섭하다보니, 미들에서 수비로 가거나 수비에서 미들로 올라가는 볼을 적절한 위치에서 받아주질 못했고, 빌드업 과정에서 마스체라노가 투명인간이 되곤 합니다. 


그러면서 2선과 3선의 간격이 벌어지게 되었고, 자연히 볼은 계속 쥐고 있으되 하프라인을 못 넘어가고, 이 때문에 산체스나 페드로까지 후방으로 넘어와 볼 운반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간혹가다 마스체라노에게 볼이 가면, 이를 제대로 컨트롤 못해서, 마스체라노 본인이 압박에 쫓기게 되고, 간신히 후방으로 조급하게 백패스하곤 하지요. 


수비형 미드필더가 상대의 전방 압박을 닭쫓던 개 꼴로 만들어주지 못한 상황이라면, 수비진에서부터 볼을 받아 빌드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때문에 팀 전체가 아래로 쏠리게 됩니다. 수비진의 볼을 받아주기 위해 공격과 미드필더들이 내려올 수밖에 없어지지요.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여전히 하프라인을 넘어서기에 껄끄럽게 되는 장면이 다수 연출됩니다.


반대의 경우가 바로 부스케츠와 데용, 데 로시 등 입니다. 이들의 경우, 발군의 볼터치, 키핑 등의 테크닉은 일단 차치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항상 볼을 주기 편하면서도 상대의 압박이 헐거운 자리에 가 있곤 합니다.


 마치 이들이, 자신에게로 공을 <끌어당겨 주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지요. 그래서, 이들에게 볼을 주면, 특별히 별다른 행위를 하지 않아도 - 대지를 가르는 롱볼이라거나, 상대방을 농락하는 드리블과 키핑 같은 것 - 공이 전방으로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흘러가게 되어 있지요. 이렇게 볼을 몇 번 <당겨주고>, <흘려주고> 하다 보면, 어느새 상대 아크 서클 부근에 도달하기 마련입니다. 


- 세간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 하면, 터프한 몸싸움과 거친 태클을 떠올리곤 합니다. 실제로 그런 플레이가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어느 정도로 본질적인지에 대한 논의는 없이 말이지요. 물론 터프한 플레이란 것은 그 특성상 가시적입니다. 


포스를 내뿜게 해주는 데에는 이만한 것이 없지요. 그러나, 그러한 과정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의 본업에 대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은 희미해지는 듯 하여, 이 글을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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