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취업난과 이공계 선호 현상에 대한 고찰


10년 전만 해도 뉴스에 항상 단골로 나오던 게 이공계 기피현상이었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어 정부에서도 여러 사업을 추진해서 이공계를 지원하고


하다못해 TV퀴즈쇼에서도 상금으로 이공계 지원한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말을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인문계 취업난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아래는 그와 관련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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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도 '슬픈 인문계' .. 취업 절반도 못했다

대학원·군입대 제외해도

3명 중 1명은 실업자 상태

“이공계 선호에 간판 안 통해”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50204012104135&RIGHT_HOT=R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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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인식은 이렇게 바뀌어왔는데 그렇다면 통계로는 어떨까?


계열별 수능 원서접수 현황을 보자



수능이 최초로 실시된 94수능(93년 시행)을 보면 자연계가 인문계보다 응시생이 더 많다.

이때는 자연계를 더 선호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해가갈 수록 인문계로 쏠림현상이 심해진다.

90년대에는 점진적으로 증가하던 것이 2000수능(99년 시행)부터 가팔라진다.


2005수능(2004년 시행)부터는 계열구분이 사라졌지만 수학과 과학탐구 선택으로 알 수 있다.

가장 정확한 건 과탐선택자를 자연계로 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형과탐을 선택해서 이공계로 진학하는 중하위권 학생들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2005 사탐 361,292 과탐 206,516

2006 사탐 346,515 과탐 211,184

2007 사탐 341,344 과탐 210,468

2008 사탐 341,529 과탐 202,186

2009 사탐 348,473 과탐 196,308

2010 사탐 400,713 과탐 222,758

2011 사탐 419,812 과탐 241,486

2012 사탐 399,679 과탐 251,733

2013 사탐 375,891 과탐 258,043

2014 사탐 368,207 과탐 250,966

2015 사탐 365,999 과탐 245,762




※ 직업탐구는 제외


7차수능이 최초로 실시된 2005수능부터 가장 최근에 시행된 2015수능까지 총 11년 간의 변화과정이다.


처음에는 과탐 선택자 비율이 전체 응시자의 36%였는데 2013수능부터 40%를 돌파했다.


하지만 2012수능까지를 살펴봤을 때는 장기적 추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비율이 들쑬날쑥하기 때문이다.


2013수능부터 추세가 확실해졌다.


학생들이 확실히 자연계를 예전보다 더 선호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인문계가 자연계의 2배를 뛰어넘었고

의대 광풍이 몰아치며

이공계 기피 현상이 연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던 시절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예전보다 자연계를 선호하고 있는 듯 하다.

아마도 취업시장에서 이공계가 선호되는 것을 보았기때문에 

학생들이 자연계 쪽으로 지망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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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인문계 취업난, 이공계 기피, 이공계 선호


이 현상들은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인문계는 원래 취업하기 힘들었다. 다만 상위권 대학교의 경우는 간판만으로도 대기업에 손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IMF 이후에는 상위권 대학들도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인문계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 되는 상경계로 몰리기 시작한다.

문사철은 취업 안되는 과로 여겨졌다.


97년 IMF가 터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해고되어 길거리로 내몰리자 사람들이 전문직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그 중에서도 의사는 단연 1순위였기에 공부 좀 한다 하는 학생들은 모두 의대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극심했을 때는 지방대 의대까지 모두 채운다음에 서울대 공대를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의대와 이공계의 차이점


의학지식은 한 번 배우면 평생 써먹을 수 있다. 학문 발전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이공계 지식은 계속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 지속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의사는 면허제도로 보호받아서 진입장벽이 높지만

이공계는 진입장벽이 낮고 사람보다 기계가 중요하며 특허가 기업에 귀속된다.



이처럼 2000년대 초반의 이공계 기피가 사회 이슈로 떠오름에 따라 마치 이공계를 가면 어려운 인생을 사는 것으로 비춰지고

이공계 진학의 종착지는 소위 '치킨집'으로 귀결된다는 식의 우스개소리가 퍼졌었다.


하지만 이것은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이공계'에 가지 않고 '의대'로 진학한다는 의미의 이공계 기피였고

의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금전적인 부분이 달린다는 말이었다.


따라서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이었다.


그것을 언론에서는 공포심을 조장하며 보도했다.


보통 학생들은 의대 못갈 바에는 그냥 공부하기 쉬운 문과로 가는 게 일반적인 선택이었다.

어차피 이공계나 문과나 먹고 사는 건 도찐개찐이면 기왕이면 편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것을 나타내주는게 2000수능부터의 계열별 응시생 변화인 것 같다.

당시 학생들의 인식은 경영학과가 이공계보다 취업이 잘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공계 다니다 재수나 편입으로 약대, 의대로 가는 경우도 많았으니..


한편 2000년대 후반부터는 이공계 기피라는 말 자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88만원 세대, 금융위기 등으로 대변되는 경제상황 속에서 그냥 모두가 다 힘든 사회로 넘어갔다.


2010년대에 접어들며 정부의 고환율 정책의 수혜를 입은 수출 대기업들이 엄청난 성과를 내며 경제를 이끌었다.


바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두 그룹이다.


이런 기업들의 약진과 함께 경제 구조는 점차 고용없는 성장을 했다.

기술이 점차 고도화 되며 인력 자체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게 중요한데 산업과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인문계 인력 자체가 별로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기업들은 문과가 주로 차지했던 영업과 기획 부문에서도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공계 출신을 더 선호한다.

인맥영업에서 기술영업으로 상당부분 넘어갔다.

그리고 이것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앞으로 더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전체적으로는 고용이 줄었지만 그 안에서 상대적으로 이공계에 대한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다보니 

이공계 기피라는 말은 쏙 들어가고 인문계 취업난과 이공계 선호 현상이 이슈가 된 것이다.


또한 2000년대 후반 이후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불기 시작하면서 

이공계 선호 현상에 한몫하고 있다.


문과, 인문계는 의대 가서 의사 될 수도 없고 대기업 취직도 힘들고 IT창업도 어렵다.


최상위권이면 고시 보고 로스쿨 가고 투자은행, 증권사(본사 프론트 오피스), 컨설팅펌 가면 된다.

하지만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최상위권에 도달할 수 없는 대다수 보통 학생들은 공무원에 다 몰려가고 있다.

최상위권이 아닌 문과 출신으로 나와서 할 수 있는 것 중에 제일 좋은게 공기업, 공무원이다.



애플의 아이폰 성공 이후 언론 매체와 주류 세력들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게 인문학이었는데

이것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인문학을 접목시켜보자는 목적이었지

인문학 자체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한 마디로 돈 되는 인문학을 찾아보자는 거였다.


이공계 출신으로 코딩 잘 하면서 인문학적 마인드도 갖춘 사람이 선호된다.


앞으로의 미래도


최상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과보다 이과 출신이 먹고 살기 좋다.

갈 수 있는 기업의 폭 자체도 다르고 기술 유무에 따라서도 많이 차이나고.


물론 나중 가서 잘리는 건 비슷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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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요약


1. 기술이 발전하면 전체 고용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2. 이공계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인문계 취업난은 IMF 이후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3.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은 최상위권 내에서의 이야기였을뿐 보통 학생들과는 아무 관계 없었다.

4. 기업들의 이공계 선호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 심화될 수 밖에 없다.

5. 수능에서 자연계를 선택하는 비율이 2012년 이후 확연히 늘어났다.

6.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래도 인문계보다는 이공계로 가는 게 낫지 않겠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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